‘서해 피살 의혹’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구속…법원 “범죄 중대”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검찰이 ‘서해 피살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의 최고 결정권자로 지목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3일 구속됐다. 대북 안보라인 최고 책임자인 서 전 실장이 구속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조직적 월북몰이’라는 검찰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김정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를 받는 서 전 실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장판사는 “범죄의 중대성, 피의자의 지위, 관련자들과의 관계에 비춰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사유를 밝혔다.

서 전 실장은 2020년 9월22일 서해 소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지자 서주석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과 공모해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결론을 정하고, 다음날 새벽 1시쯤 자신이 주재한 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과 박지원 당시 국가정보원장에게 ‘자진 월북’ 결론과 맞지 않는 첩보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을 이 사건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최종 책임자”로 지목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중심이 돼 국방부, 통일부, 국정원, 해양경찰 등에 지시하는 식으로 ‘조직적 월북몰이’가 이뤄졌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검찰의 시각은 서 전 실장의 구속으로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영장 발부의 전제 요건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만간 박지원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서욱 전 장관, 서주석 전 1차장,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등을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약 3개월에 걸친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을 종료하면서 최근 수사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재판에서 주요 피의자들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 확보가 끝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검찰이 신병을 확보한 서 전 실장을 상대로 문 전 대통령의 혐의점을 추가 확인해 ‘윗선 수사’를 이어갈 여지도 남아 있다. 다만 검찰이 지난달 29일 법원에 제출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문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 전 실장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오히려 문 전 대통령이 전날 입장문을 통해 이 사건의 ‘최종 승인자’가 자신이라며 검찰을 향해 “도를 넘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서 전 실장의 영장실질심사는 전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5분까지 10시간5분간 진행됐다. 1995년 영장실질심사가 도입된 이후 최장 시간 기록이다. 2017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8시간42분 기록을 깼다.

서 전 실장은 법원에 출석하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지만, 법원을 나오면서는 “성실하게 심사에 임했다”라고 말했다. 서 전 실장의 변호인은 “보통 검찰에서는 (혐의를) 부인하면 다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대준씨의 친형 이래진씨는 서 전 실장이 법원에서 나오자 “말해, 왜 죽였어”라고 외치며 다가갔지만 법원 경위들에게 막혔다. 이래진씨는 취재진에게 “특검을 통해서라도 은폐한 것들을 파헤치고, 국민에게 속시원하게 밝히고, 이런 일이 두번 다시 일어나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