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결국 간절한 바람이 이어져 기적 같은 월드컵 16강 진출을 해내고야 말았다. 그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2대1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후반전 45분까지 1대1로 패색이 짙었던 한국은 손흥민의 발끝에서 시작되어 황희찬의 깨끗한 마무리 역전골로 한 순간에 16강의 빛이 쏟아졌다. 우루과이 역시 가나를 이겼지만 골득실에서 앞선 한국이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의 16강 진출은 모두에게 기쁜 일이지만, 특히 MBC 중계팀에는 더더욱 즐거운 일이 됐다. 치열한 중계 전쟁에서 MBC가 압도적인 승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전 중계에 있어 MBC는 16.9%(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해 SBS(11.2%), KBS(4.4%)와의 경쟁에서 큰 격차로 우위를 점했다.

MBC 중계가 타 방송사와의 경쟁에서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수훈갑은 단연 안정환이다. 사실상 월드컵 중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이제 누가 해설자로 나서는가 하는 점이 됐다. 시청자들은 해설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중계방송을 선택하게 된 것. 지난 월드컵에서도 MBC의 안정환, KBS의 이영표 그리고 SBS의 박지성이 그 해설 경쟁을 치른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중계 경쟁은 어느 한 방송사의 압도적인 우위로만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올해 월드컵 중계에서는 단연 안정환이 해설자로 참여한 MBC가 독보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안정환과 김성주의 오래 맞춰온 호흡이 빛을 발한 데다, 스포츠 중계와 더불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호흡을 맞춘 이들의 면면이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더불어 진정성도 전해줬기 때문이다.

안정환의 해설은 사실 2014년 처음 맡았던 그 시절만 해도 다소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아빠 어디가?>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다소 거칠지만 톡 쏘는 멘트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안정환의 스타일이 축구 중계에서도 비슷하게 이어지게 되면서였다. 해설자로서의 면모보다는 예능인의 면모가 자꾸만 해설에서 연상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몇 차례 월드컵 중계에 나서고 김성주 캐스터와 함께 해설의 합을 맞춰가면서 그 거친 듯한 멘트들은 차츰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주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2002년 월드컵을 뛰었던 선배로서 경험에서 묻어나오는 해설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고, 무엇보다 후배를 아끼는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월드컵 중계에서도 안정환의 해설 도중 툭툭 튀어나온 멘트들을 큰 화제가 됐다. 예를 들어 가나 전에서 김진수 선수가 부상을 당하자 “대신 찢어지고 싶네요. 대신 피 흘리고 싶네요.”라고 했던 말이나 포르투갈전에서 승리하자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 해설인데 우리 후배들이 잘 하는 거 보고 떠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했던 말이 그렇다.

MBC가 안정환이 가진 이러한 선수들에 대한 진심과 또 전문적인 축구에 대한 식견 그리고 예능인으로서의 면면까지 아울러 담아낸 <안정환의 히든 카타르>는 그런 점에서 축구중계 압승 골을 만들어낸 신박한 어시스트 예능이었다. 안정환과 김성주가 중계에 들어가서 보여주는 진지함을 담아내주면서 동시에 중계 바깥에서 경기를 보며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이 예능 프로그램은 보여줬다. 히든캠을 이용한 중계 밖의 풍경들을 담아내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취지였지만 보면 볼수록 안정환의 숨겨진(히든) 진심이 드러나는 프로그램이 됐다.

김용만과 정형돈이 함께 하는 <안정환의 히든 카타르>에서 안정환은 편안하게 예능을 하듯 향후 벌어질 경기들을 예측했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해설자로서의 전문적인 식견도 드러났다. 예를 들어 포르투갈전에 앞서 “포르투갈이 경기할 때 흥미를 못 느끼게 해야 한다”고 했던 해설은 실제로 한국이 역전승을 할 수 있었던 중요한 포인트였다. 또 경기 전 우리가 16강에 오를 확률이 9% 밖에 안된다고 했을 때 그가 “경우의 수는 숫자에 불과하고 경우의 수는 뛰는 선수들이 만드는 거야.”라고 했던 말 역시 현실이 됐다.

<아빠 어디가?>로부터 시작해 최근 <안싸우면 다행이야>로 MBC에서 예능을 해오고 있는 안정환은 동시에 MBC 축구 해설위원을 하면서 예능의 영역과 스포츠의 영역을 절묘하게 이어붙였다. 처음에는 다소 거칠었지만 차츰 예능의 친근함과 선배 축구인으로서의 전문성, 진심이 더해지면서 안정환은 올해 MBC 월드컵 중계를 가장 빛나게 만들었다. 예능은 물론이고 스포츠 중계에 있어서도 맹활약하는 안정환과의 인연은 MBC에게는 그래서 신의 한 수가 됐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