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 칼럼]대통령 선거 불복이 국민 스포츠인가

대통령 비판과 否認은 다른 문제
李 광우병시위·朴 탄핵 ‘성공 경험’
尹 퇴진 운동, 조직적인 팀플레이
탄핵의 불행한 역사, 한 번이면 족해
박제균 논설주간박제균 논설주간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누구인가. 윤석열인가. 이 당연한 질문에 아직도 내심 대답을 거부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취임 반년이 지났음에도.

윤석열 대통령. 나도 실망스럽게 느끼는 대목이 많다. 무엇보다 만사(萬事)의 기본인 인사(人事)가 그렇다. 대통령의 인사는 임명 못지않게 경질도 중요하다. 그런데 여전히 검찰 수장이나 조직 보스처럼 제 식구를 감싼다. 또 대통령은 참는 자리다. 아직도 성질을 못 죽이고 옹졸한 결정을 할 때도 있다.

대통령 직(職)은 남들은 수십 년 인고(忍苦)의 세월을 거쳐 오르는 곳이다. 지난 대선 때 중도·보수 유권자 중에는 윤석열을 지지해서라기보다, 이재명 대통령 탄생을 막기 위해 별다른 정치 경험도 자기희생도 없던 그를 찍은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면 겸허하고 또 겸허해야 한다. 자신과 김건희 여사 측을 비롯한 주변에 더욱 엄격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그러한가. 아직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과 대통령으로 인정 못 한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온갖 정쟁과 소란의 밑바닥엔 바로 이 네 글자가 깔려 있다. ‘대선 불복(不服).’ 그리고 기어이 이를 현실화하려는 총체적 좌파세력의 조직적인 플레이가 이 나라를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정상적인 나라에서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을 중간에 끌어내리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나라 좌파세력엔 너무나 달콤한 두 번의 성공 경험이 있다. 첫 번째가 이명박 대통령 때의 광우병 시위. 근거라고는 ‘1’도 없는 악의적 조작 선동이었지만 집권 반년도 안 돼 531만 표 차로 승리한 대통령의 힘을 빼버리는 데 성공하지 않았나. 두 번째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진짜로 대통령을 끌어내린 것이다.

다른 선진국에선 있을 수 없는 두 번의 경험이 좌파세력엔 유혹의 속삭임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이 정도라면 계속 흔들어 식물 대통령을 만들고, 잘하면 박근혜처럼 진짜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게다가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이 169석인 거야(巨野) 체제 아닌가.





한국 좌파세력의 놀라운 힘은 목적에 따라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인 플레이를 하는 데 있다. 월드컵 축구도 울고 갈 조직력이다. 거대 야당은 검수완박법을 비롯한 대선 불복 법안을 관철시키고, 윤 정부의 국정과제·공약 예산과 정책은 사사건건 가로막는다. 광우병 선동에 성공했던 MBC 같은 공영방송은 또다시 선동의 전위대로 나서고, 야당은 그런 방송을 보호한다며 ‘방송 알박기’ 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이 누가 봐도 거짓인 괴담을 퍼뜨려도 문재인 대통령 당시 임명된 기관장이 포진한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익신고자’ 운운하며 지원사격을 한다. 민노총은 업종이 다른 공공운수·화물연대·학교비정규직·서울교통공사·전국철도 노조의 파업 날짜를 한데 모아 대규모 정치 파업을 기획해 사회를 흔든다. 좌파 시민·사회단체는 주말마다 이태원 참사를 엮어 “퇴진이 추모다”를 외치고 있다.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사회적 참사에 대해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참사가 날 때마다 대통령을 퇴진시키자고 하는 건 정상이 아니다. 대통령 퇴진 운동이 국민 스포츠가 돼 가는 건 아닌가. 오죽하면 북한 김여정이 “(한국) 국민들은 윤석열 저 천치 바보들이 들어앉아 자꾸만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 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라며 정권 전복을 ‘사주’하는 지경까지 됐을까.

윤 대통령으로선 국정, 특히 인사를 잘해 나가고 본인은 물론 주변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그래야 뭔가 방아쇠를 당길 건수만을 찾는 세력의 조직적인 팀플레이에 놀아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잘하든 못하든 김의겸 장경태 의원처럼 끊임없이 한 방을 노리는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있다. 그들에게 그 한 방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비판은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허용돼야 한다. 그것이 살아있는 권력의 정점인 한국 대통령의 숙명이다. 그러나 윤석열이 싫다고 그에게 헌법이 부여한 권력 자체를 빼앗으려 해선 안 된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탄핵의 불행한 역사는 한 번으로 족했으면 한다.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